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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좀 늦은 간단 리뷰 이 창호 는 조 훈현의 '그림자'인가?

점점The 2025. 5. 20. 23:54

<승부> 좀 늦은 간단 리뷰
: 이창호는 조훈현의 ‘그림자’인가?

1. 융 심리학에서 '그림자(Shadow)'는 우리가 외면하거나 억눌러온 내면의 또 다른 자아입니다.

그것은 부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우리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성장의 가능성도 포함합니다.

2. 실제 한국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조훈현.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 역시 오랫동안 바둑계 정점을 지켜온 ‘확립된 자아(Ego)’의 상징입니다.

그는 명성과 질서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왔지만, 그 안에는 쇠퇴에 대한 두려움과 변화에 대한 저항이 숨어 있습니다.

3. 이창호는 조훈현의 제자이지만, 스승을 뛰어넘는 실력과 침묵, 집중, 절제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그는 조훈현이 의식적으로 외면했던 내면의 모습들—패배의 공포, 순수한 승부욕, 감정 절제—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즉, 조훈현의 ‘그림자’입니다.

4. 처음에 조훈현은 이창호를 통제하려 하지만, 패배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흔들립니다.

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외부 인물에게 투사하면서 생기는 내적 갈등이며, 동시에 자기 성찰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5. 결국 조훈현은 이창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패배와 취약함을 인정하며 내면의 성장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여정은 ‘자기(Self)’와의 조화를 향한 성숙의 길입니다. 이것을 융은 ‘개성화(individuation)’라고 합니다.

6. 이창호는 조훈현이 진정한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 반드시 마주쳐야 했던 내면의 문이자 거울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하는 말은 바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기성찰의 말이기도 합니다.

7.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말합니다.

“너가 우습게 여기는 정석으로만 상대했는데 힘 한 번 못쓰는거야?
너가 잘하는건 계산, 암기뿐이야. 까불지말고 기본부터 익혀.”

조훈현은 또 말합니다.
“사람이 되려면 인격, 인품, 인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8. 무척 심플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않아 보입니다. 조훈현의 말처럼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한 건 단단한 뿌리입니다. 기본을 우습게 보면, 바람 앞에 휘청이는 나무가 될 뿐이니까요.

또한 실력은 사람을 빛나게 하지만, 사람다움이 있어야 그 빛을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 진짜 어른은 잘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야."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9. 이병헌, 유아인 두 배우 모두 사생활이 그다지 클린하지 못해서 제가 썩 좋아하지 않지만, 두 사람의 연기력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병헌의 연기는 바둑계의 레전드 조훈현의 내면을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내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의 레전듭 연기입니다. 유아인 역시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이죠.

10. 당대 최고의 고수인 조훈현 국수(國手)의 말을 다시 새겨봅니다.

화려한 기술과 잔 재주, 타고난 능력만 믿고 까불면서 기본, 즉  정석(定石)을 무시하지 말라는 말을 기억의 갈피 속에 쟁여둡니다.

조훈현 국수가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로 횡설수설한 제 글을 마무리 합니다.

“바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술이다. 바둑을 잘 두는 것보다 먼저,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12. 사족: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한 말을 내 아들 딸에게도 그대도 들려주려 합니다.

그리고 어수선한 시국에 정치인들, 특히 대권후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습니다.
"제발 기본에 충실하고, 제발 사람 좀 됩시다!"
.
(*이 말을 뒤집자면, 조금이라도 더 기본기에 충실하고, 조금이라도 더 인간이 된 사람을 뽑자는 말이기도 합니다^^)
#김진국#문화비평가#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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