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웃는다
해가 웃는다
악몽으로 보낸
뜬눈으로 보낸
절규와 비명
두려움과 추위에 떨며 보낸 어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베란다에 나팔꽃을 피워놓은
아침 해가 웃는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닌 것 같고
어느 순간 잠겨진 문을 벌컥 열고
좀비 떼가 달려들 것도 같은데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도
하느님이 모르는 기적도 있지만
놀라지 않고 태평하게
먹구름 속에서도
해가 웃는다
상여를 떠메고 가는 벌판에서
사람들이 울음을 삼키고 있는 동안에도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 없는
해가 웃는다
간밤에 도둑이 들어 한 줌 남은 쌀독을 다 털어 가고
천장은 비가 새고 통장은 비었지만
어디에서 무엇이 터질지
아무도 모를 또 하루를
어제보다 건강하다고 해가 웃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이 끊어졌을 때에도
의심하지 말고
굳게 믿으며
오히려 더욱 사랑하라고
조급한 시간만큼 속병은 깊었지만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호탕하게 해가 웃는다
무기력증을 많이도 앓았다
세상에는 절대로 적응할 수 없는 별나라의 유전자를 가졌거나
청정한 피를 가졌기에 저속한 도시에서는 살 수 없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자꾸만 떠밀려나 아득히 먼 외딴섬이 되었건만
폭풍이 몰려오는 바다에서도 해는 웃는다
시샘하지 않고
맑고 청순하게
싱그럽고 투명하게
아픔을 털어내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로
오늘 처음으로 떠오르는 해가
아기처럼 맑게 웃는다
어제의 웃음은 거짓일 뿐이라며
어리석은 어제의 일로
어쩌면 세상 마지막일지도 모를 오늘을
찬란함 대신 슬픔으로 채우려 하느냐며
아무리 힘들어도 눈물 참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세상을 사랑한다고
하회탈처럼 신명 난 해가
온몸으로 웃는다
#해가웃는다#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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